브로맨스 고장극의 시작점 '진정령'
'진정령'은 저의 중태기를 벗어나게 해 준 작품입니다.
중드를 잠시 쉬고 있었음에도 여기저기서 진정령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올 만큼 진정령은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이슈가 됐던 고장극(사극)입니다.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진정령은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고 있고, 팬들 사이에서는 1주년, 2주년 등 축하 이벤트까지 열 정도니 '이슈가 됐다'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하기에는 진정령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이런 것만 두고 봐도 진정령이 고장극 팬들 사이에서는 어떤 위치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령'은 중국 텐센트 TV에서 2019년에 방영된 50부작의 판타지 (로맨스) 고장극입니다.
묵향동후의 마도조사가 원작인데, 원작은 브로맨스가 강하게 나타난 것에 비해 드라마는 (검열을 예상했는지) 브로맨스의 '브' 정도의 시늉만 했다는 평입니다.
* '산하령(2021년)'과 비교하더라도 산하령이 진정령보다 훨씬 브로맨스 냄새가 짙고, 플러팅의 강도가 셉니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이 눈빛만 주고받아도 화제의 중심이 됐었으며, 진정령을 시작으로 브로맨스 무협 드라마가 인기가 됩니다.
주연을 맡은 샤오잔, 왕이보는 진정령 하나로 대스타가 됐고, 조연으로 출연했던 많은 배우들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어 이후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됩니다.
브로맨스 진정령? 그 자체로도 훌륭한 드라마
탄탄한 시나리오
중드 브로맨스 고장극 하면 진정령을 우선 떠올리게 되는데 그것만 두고 보기에 아까울 정도로 시나리오가 꽤나 탄탄합니다.
현재-과거-현재로 이어지는 스토리 구성과 큰 줄기 안에 소소하게 들어가는 캐릭터의 이야기들이 재밌습니다.
진정령은 고소 남 씨, 운몽 강 씨, 기산 온 씨, 난릉 금 씨, 청하 섭 씨 등 5개의 일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래서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이 왜 악인이 되었고, 왜 대립하게 되는지 50부작의 드라마 안에서 공들여 설명합니다.
똑똑한 시나리오 구성으로 주인공은 물론 주인공들과 엮이는 서브 캐릭터까지 주목하게 합니다. 브로맨스 냄새가 약한 편이다 보니 일반 사람들(?)에게도 좋은 평을 얻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샤오잔의 연기력
두 번째 주목할 점은 위무선 역의 샤오잔의 연기입니다.
단순히 브로맨스 드라마라 생각하고 배우들 연기에 큰 기대를 안 했지만, '샤오잔이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 배우였어?' 싶을 정도로 진정령을 보는 내내 샤오잔의 눈빛에 매료됐었습니다.
위무선은 자유로운 성격 탓에 사고를 치고 다니지만 정이 많아 불의를 두고 보지 않는 성격입니다.
샤오잔은 이런 위무선의 철없던 시절부터 '이릉노조'로 (본의 아니게) 악명을 떨치는 시기까지, 장난스러움부터 고뇌어린 위무선의 모습을 잘 표현합니다.
특히, (눈이 커서 그런지)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는 눈빛 연기가 최고입니다.
여린 몸에 피리를 들고일어났을 때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위무선이 이릉노조로 다른 가문들의 두려움을 한 몸에 받는 이유도 순간 납득이 될 정도입니다.
샤오잔, 왕이보 브로맨스 명장면 베스트 3
위무선(샤오잔)은 극 내내 악인으로 오해만 받아 안쓰러울 지경인데, 그 곁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남망기(왕이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위무선 앞에서는 흐트러지기도 하는 남망기의 모습에서 팬들은 열광합니다.
사실, 위무선이 위기의 순간에 있을 때, 언제나 바람처럼 나타나 그의 앞에 서는 남망기의 모든 모습이 명장면이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 가지를 뽑아보았습니다.
베스트 1. 취한 남망기, 안 취한 위무선
강징과 몰래 술 마시던 위무선은 남방기에게 술 먹는 걸 걸리게 되는데, 바로 남망기에게 주술을 걸어 술을 마시게 합니다.
하지만 술 한 모금에 쓰러진 남망기. 다음날 만취(?)한 채로 일어난 남망기에게 머리 장식을 만져준다며 위무선은 남방기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지만, 머리장식을 바로 해주기는커녕 얼굴 근처에도 손을 못 가져갑니다.
술 마신 사실을 알게 된 스승들은 벌로 둘에게 태형을 내리고 사이좋게 몽둥이를 맞게 되지만, 남망기는 치사하게(?) 상처에 좋은 개울로 본인만 갑니다.
남망기 형의 나이스 어시스트로 그 개울로 가게 된 위무선은 윗 옷을 벗은 채 상처 물찜질을 하고 있는 남방기에게 '이런 데를 혼자만 알기야?'라며 툴툴댑니다.
황급히 옷을 입은 남망기는 (왜죠?) 친구하고 싶다면서 직진하는 위무선을 피합니다.
이 장면은 위무선과 남망기가 직접적으로 엮인 첫 번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기준에 행동이 과한 위무선을 처음엔 부담스러워하다가 점점 친구로 생각하게 되는 남망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베스트 2. 처음과 끝, 남망기의 '위영'
진정령의 첫 장면은 위무선이 낭떠러지에 자신의 몸을 날리는 모습, 그런 위무선을 있는 힘껏 잡는 남망기를 보여줍니다.
자신을 포기한 듯한 위무선과 그런 위무선을 절대 보낼 수 없는 남망기가 교차됩니다.
이때의 둘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도 잠시, 결국 위무선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되고 남망기는 '위영'을 외치며 괴로워합니다.
이처럼 첫 화에서 비극적인 시작을 보여준데 반해, 마지막은 희망적입니다.
모든 사건이 정리되고 헤어져야 하는 순간, 위무선과 남망기는 각자의 길을 떠납니다. 위무선은 이때 (우리만 아는 그런) 아쉬운 표정을 짓으며 피리를 불기 시작합니다.
그때 들려오는 남망기의 '위영'.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며 위무선은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결국 둘은 함께 떠난다는 암시를 나타내는데, 이때 남망기가 '위영'이라고 부른 그 목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행쇼)
베스트 3. 진정령 엔딩곡, OST 무기(无羁)
명장면은 아니지만 둘의 케미 소개할 때 꼭 넣고 싶었던 엔딩곡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무기'를 듣고 있습니다.)
'무기(无羁)'라는 제목의 이 엔딩곡은 샤오잔과 왕이보가 불러서 화제가 됐던 곡입니다. 위무선(샤오잔)과 남망기(왕이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제목이라고 하는데, 진정령하면 곡 '무기'가 생각날 만큼 엔딩곡 자체가 진정령의 감정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멜로디가 좋은 데다 두 배우의 목소리 합도 잘 맞아서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진정령 장면이 떠오르게 됩니다.
시청하는 사람들마다 명장면이 다 다를 것 같습니다. 각자의 명장면을 생각하면서 나만의 진정령을 만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정령은 웨이브, 왓챠, 티빙에서 시청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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