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남전'은 아쉬움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보는 내내 드라마가 재밌다 재미없다 하는데, 그만큼 시나리오 구성이 들쑥날쑥합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경향이 커져서 완주하려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가남전은 드라마 시청 성향에 따라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들도 충분히 많습니다. 그 요소들을 몇 가지 뽑아보려고 합니다.
볼 이유 1. 운석전과 여의방비
'가남전'은 2021년 중국 위티브이(WeTV, 위티비)에서 방영된 로맨스 고장극(사극)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위티브이(WeTV, 위티비)에서는 40부작으로, 티빙에서는 41부작으로 나와있습니다.
'운석전(2018년)'과 '여의방비(2020년)' 제작진이 만든 건지, 출연진이 꽤 겹칩니다.
특히, 여의방비에서 서하군주로 나왔던 쟝샨이 가남군주(쥐징이)의 시녀로, 청평현주로 나왔던 왕이팅이 이겸(증순희)의 동생 동동으로 나와서 반갑습니다.
시나리오도 유사합니다. '총명한 주인공이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풍파를 헤쳐나간다'.
이런 구성이 두 드라마와도 진행이 비슷하기 때문에 운석전과 여의방비를 재밌게 봤던 분들이라면 가남전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운석전과 여의방비보다 스토리가 루즈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쥐징이 소속사에서 가남전 주인공 역을 맡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운석전과 여의방비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던 걸 생각하면 소속사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쥐징이는 드라마에서 가남군주 강보령 역을 맡았습니다.
가남군주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어디에 얽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만 봐도 운석전의 '한운석'과 여의방비의 '부용'과 캐릭터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력은 여느 드라마와 비슷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고, (개인 취향일 수 있으나 ) 쥐징이의 얼굴 이마 부분 장식은 얼굴이 작은 쥐징이와 어울리지 않아서 드라마 내내 달고 나오는 장식을 떼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워낙 미모로 유명한 배우인지라 역시는 역시. 쥐징이는 드라마 내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볼 이유 2. 증순희
가남전 시청 이유 중 딱 하나만 꼽으라면 '증순희'를 꼽겠습니다.
증순희는 가남전에서 이겸 역을 맡아 열연합니다. 증순희 특유의 선한 눈망울이 바른 사나이 이겸과 잘 어울립니다.
한없이 갈팡질팡하는 시나리오와 캐릭터들 사이에서 극의 중심을 잡고 고구마 구간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극에서 똑똑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주된 인물은 가남군주(쥐징이)지만, 질투하거나 불만이 쌓인 가남군주에게 심적 안정감을 주는 캐릭터가 이겸이라 그런지 증순희만 나오면 같이 안심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겸은 금군 호위무사입니다. 발명왕을 뽑는 민간 대회에서 우연히 가남군주를 만난 후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가남군주와 이겸은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결혼 이후에 둘을 갈라놓으려는 자들의 계략에도 굴하지 않고 이겸은 끝까지 가남군주를 믿고 그녀를 보호합니다.
자신의 어머님을 죽인 인물이 가남군주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을 때 살짝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가남군주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오해한다며 가남군주가 이겸을 멀리합니다. 그래도 이겸은 끝까지 그녀를 붙잡습니다. 그런 모습이 그렇게 멋집니다.
안 볼 이유 1. 스토리 구성
앞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가남전의 시나리오 구성이 아쉽습니다. 소설 원작이기 때문에 기본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기본에서 살짝 못 미칩니다.
중간에 루즈한 내용들을 걷어내고 30~35부작 정도로 구성해 드라마 전개를 좀 더 빠르게 진행했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남전은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가남군주(쥐징이)가 다른 나라에 시집갈 처지에 놓였을 때, 가남군주는 마음이 가는 이겸에게 '날 데리고 도망칠 수 있겠냐'라고 물어봅니다.
사실, 가남군주 성격에 아무 근거 없이 이야기했을 리는 없고 분명 가남군주도 이겸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런 말을 꺼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때 이겸은 가남군주 제안에 '노'라고 외칩니다. (정말 핸드폰을 던지고 싶었...)
신분차이 때문에 그랬겠지만 이겸은 속상함에 마냥 술만 마십니다. 그러고는 결국 시집가는 가남군주를 단독으로 구해내고 앞으로는 당신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이야기합니다. 캐릭터의 행동들이 널을 뜁니다.
나라 간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사안인 신부 납치는 잘만 하면서 왜 도망치는 거에는 거절했는지도 의아한데, 더 나아가 납치된 신부가 본국에서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하게 됐는데도 국가 간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그나마 긴 시간을 들여 할애했지만 다른 장면들은 편집당했나 싶을 정도로 뚝뚝 끊깁니다.
안 볼 이유 2. 조소
가남전에는 서브남 조소가 등장합니다. 조소는 남국의 세자로 '진정령(2019년)'에서 강징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왕탁성이 연기했습니다.
조소는 가남군주의 할머니 태황태후가 가남군주의 신랑으로 점찍어 놓을 정도로 처음엔 매너남으로 등장하지만 뒤로 갈수록 소름 끼치는 스토커가 됩니다.
조소는 가남군주가 결혼을 한 이후에도 '그때 잘만 풀렸어도 너는 내 부인이 될 사람이었어'라고 습관적으로 말합니다.
마지막에 그가 받은 벌의 원인은 '가남군주가 한 말이 아님에도 가남군주가 시킨 것처럼 말해서 황제를 모욕하고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입니다.
조소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보령(가남군주), 잘 있어'라고 생각하며 길을 떠나는데 끝까지 소름 돋습니다. 그의 스토커적 행동이나 언어들 자체가 문제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 좀 아쉽습니다.
가남전은 여러가지고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지만, 쥐징이, 증순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리없이 시청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몇 가지 포기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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