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학려화정, 황태자의 처절한 길(라진 이일동)

MulStu. 2023. 1. 20.

 

'학려화정'은 모든 드라마적 요소를 잘 갖춘 드라마입니다. 워낙 중국에서 연기 잘한다는 배우들이 총출동한지라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일만 남아서 그런지 다음 회차로 넘어가는 게 두려워지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그런 드라마이기도 한데요.

정치물, 황위 다툼 등의 내용을 좋아하는 분들은 학려화정을 매우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려화정-포스터-황태자와-황제-모습

 

 

계속되는 황태자의 고난

 

'학려화정'은 2019년 중국 유쿠(YOUKU)에서 방영된 정치 고장극으로 총 60부작의 장편 드라마입니다. 외전으로 제작된 '별운간'은 2020년에 총 12부작으로 방영됐습니다.

별운간이 외전이라고는 하나 학려화정의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학려화정에 이어 꼭 같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학려화정-소정권-문석-황제-3인-포스터


학려화정은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원작자가 드라마 각본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디 새는 곳 없이 시나리오가 촘촘합니다. (촘촘하게 주인공을 괴롭힙니다.)

학려화정 뜻에 대한 설명을 가져와 보면, 학려화정은 '화정의 학 울음소리를 그리워한다'라는 뜻으로, 옛일을 그리워하거나 벼슬길에 올랐으나 후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나무위키).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지만 결국 모든 일을 후회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의 고난을 암시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학려화정-라진-캐릭터포스터-흰옷-황태자-소정권


정말이지 주인공 소정권은 보기 힘들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드라마는 황실의 권력다툼, 그 중심에 있는 황태자 소정권(라진, 뤄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그 속에 조미료처럼 소정권과 육문석(이일동)의 사랑 이야기가 들어가는데, 이 사랑의 조미료가 달콤하다기보다 씁니다.

소정권은 황태자 국본으로서 언제나 자신을 바로 하려 노력합니다. 모든 행동에 예민하고 모든 결정을 신중하게 처리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 바로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서입니다.

 

학려화정-황제-캐릭터포스터


황제는 소정권을 국본으로 세우지만, 도와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시험합니다. 심지어 소정권의 형, 첫째 아들 소정당이 황태자를 끌어내리려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합니다.

소정권은 이런 아버지가 밉고 서운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들로서, 황태자로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황제의 방관과 황태자의 애정결핍이 드라마 대부분의 장면을 고구마로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학려화정-소정권-고봉은-서로-기대어있는-모습

 

소정권에게도 물론 조력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의 곁에 있던 사람은 하나둘 죽거나 사라집니다. 그의 어머니, 황태자비, 결국 스승 노세유까지.

숨 쉴 구멍이 없는 태자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를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적이 언제 또 저들을 핍박할까라는 생각에 마냥 편하게만은 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자 조력자 육문석과 사촌 고봉은(정업성)뿐이지만 그들의 처지도 이미 무너져 내린 후입니다. 특히, 육문석은 자신의 집안을 지키기 위해 황궁에 들어갔지만 황태자 옆에서 온갖 시련은 다 겪습니다. 

 

 

 

라진(뤄진), 이일동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

 

문석-황태자-첫만남

 

학려화정의 최고의 몰입도는 황태자 소정권을 연기한 라진(뤄진)이 만들어냅니다.

라진은 '금수미앙(2016년)', '봉신연의(2019년)'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이지만 학려화정에서의 연기는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낸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 '와~'하는 감탄마저 나옵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킬수록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지는 걸 잘 알고 있는 그는 고뇌하고 또 고뇌합니다. (너무 괴로워 보여서 달려가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문석을-안고있는-황태자-소정권


별운간(외전)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데, 소정권의 마지막의 마지막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라진(궈진)의 연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세상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육문석과 함께하는 마지막 밤, 그는 사랑, 미안함, 두려움의 다양한 감정을 부드럽게 토해냅니다. 마지막까지 그는 표정 하나로 소정권의 아픔을 잘 표현합니다.

 

학려화정-이일동-캐릭터포스터-붉은옷-문석


라진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이일동의 연기도 놓칠 수 없습니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육문석을 만들어 갑니다.

황태자-황태자비 결혼식에서 직접 결혼 시중을 드는 장면이 인상 깊은데, 이일동은 황태자에게 끌리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보내는 절제된 감정을 잘 연기해 냅니다.

 

 

 

뛰어난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잡다

 

학려화정-라진-캐릭터포스터-소정권
학려화정-이일동-캐릭터포스터-문석

 

학려화정은 첫 회부터 엄청난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포스터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죠.

황태자 소정권(라진, 뤄진)이 황제의 노여움을 풀고자 황제 처소 밖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습니다. 추운 겨울 하얀 옷만 입은 소정권의 모습에서 그의 외로움을, 눈 내리는 황실의 배경에서 삭막한 모습을 함께 느끼게 장면을 구성합니다.

감독은 배경 중심의 장면에서는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화면을 주로 사용하고, 인물들의 감성선을 보여줄 때는 배우들의 얼굴을 가깝게 잡아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을 주로 사용합니다.

황궁의 화려함 속에 벌어지는 권력다툼, 그 안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치졸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똑똑한 연출기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기법은 드라마 마지막까지 퀄리티 변화 없이 드라마 내내 잘 보여줍니다. 


정말, 너무너무 추천하는 '학려화정'!
고퀄 중드 고장극을 보고 싶으신 분들, 꼭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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