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군자맹, 감독판을 내놓으시오. 당장!(송위룡, 정백연)

MulStu. 2023. 6. 6.

 

중국에서 진정령(2019년)을 시작으로 BL 사극이 엄청 제작됐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인기와 함께 출연 배우의 인지도도 급상승하죠.

하지만 산하령을 끝으로 중국 BL 드라마 방영에 제동이 걸립니다. 중국이 정책적으로 BL드라마 금지령을 내린 건데요.

그 때문에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드라마가 '군자맹', '호의행(라운희, 진비우)'입니다. 촬영은 예전에 마쳤으나 방영은 미지수인 채로 시간은 흘러가죠. 

 

함께-조사하는-장병-란각-군자맹


언제 방영되나 손을 꼽으면서 기다리던 찰나! 작년에 군자맹이 방영을 위해 BL 부분 대거 편집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고 올해 1월에 텐센트에서 29부작으로 방영됐습니다.

 

[참고!]

티빙에서는 18화로 마무리가 됐는데요. 실컷 잘 보고 있다가 화들짝. 중국에서는 30분짜리로 29부작이 방영이 됐고, 회당 러닝 시간을 50분으로 늘리면서 회차가 줄었다고 하네요. 

 

 

감독판! 감독판을 주시오

 

군자맹-란각을-쳐다보는-장병

 

<간략 줄거리>

예부시랑 란각(정백연)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비밀스럽게 조사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순딩 괴짜 & 국수 장인 '장병(송위룡)'을 만나게 되는데요. 장병의 똘똘한 수사력은 란각에게 큰 힘이 됩니다. 

수사하는 걸 좋아하는 장병과 수사를 해야 하는 란각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로 돕기 시작하는데요. 둘은 함께 란각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칩니다.

 

군자맹이 기존 계획대로 방영이 됐다면, 추리(BL) 로맨스물이 됐겠지만, BL 느낌을 빼는 편집을 하는 바람에 그냥 추리수사물이 되었습니다. 

감정이 쏙 빠진 담백한(?) 스토리가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튑니다.

 

란각이 아버지의 죽음이 장병의 어머니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분노의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장병에게 칼을 겨누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때 장병이 란각을 보며 눈물을 또르르 흘립니다. 감정선이 빠지다 보니 장병의 눈물이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장병에게-칼을-겨누는-란각

 

그도 그럴 것이... 그전까지 이 둘은 그냥 수사만 하거든요. 서로에 대한 신뢰, 믿음, 사랑(?)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장병의 눈물을 보고도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정선은 물론 이야기 흐름도 끊기는데요. 출연배우가 발언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아웃이 되면서 다음 컷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충격적).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려면 감독판이 나와야겠어요.

그리고... BL 본연(?)의 감정선을 봐야겠습니다! 저 훌륭한 배우들을 그냥 놀린(??) 드라마 같아서 안타까워요!! 저도 저 두 사람의 눈빛에 공감하고 싶다고요!!!


감독판 갑시다... 이걸로 '군자맹'을 오롯이 즐길 수가 없어요... 완전히 즐기고 싶습니다...

 

 

 

신경 쓴 비주얼과 영상 기법(feat. 셜록)

 

군자맹은 미장센에 나름 신경 썼습니다. 전설의 BBC 드라마 '셜록'을 떠올리는 화면 기법을 사용한 컷들이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셜록 시즌 1의 1화에서 셜록이 분홍색 캐리어 주인의 사망 현장을 보고 추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명장면), 화면 클로즈업과 빠른 컷편집, 감각적인 화면 톤, 텍스트 삽입 등을 활용해 셜록의 추리 과정을 빠르게 보여줍니다.

 

단서추리-벨트

 

'군자맹'에서도 장병이 첫 사건에 우연히 연루되어 추리하는 장면에서 셜록의 이 기법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감독이 셜록을 보고 많이 참고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감독은 화면 기법 말고도 드라마 컬러톤에도 신경 썼는데요.

주황, 노랑, 회색톤을 주로 사용하면서 캐릭터 또는 사건의 불안정한 상황을 컬러로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덕분에 전체적인 드라마 퀄리티가 좋아 보입니다.

 

감독이 이렇게 화면에 신경 썼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이 부족한 채로 화면만 채워지는 부분이 보는 내내 아쉽긴 했습니다. 여러모로 감독판을 내놓으셔야...

 

 

캐릭터 성별의 편중

 

공무복-입은-란각-정백연
수사하는-장병-송위룡

 

군자맹은 '대풍괄과'의 '장공안'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이 그런 건지 드라마 각색을 하면서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BL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한 성별에 취중 된 드라마는 참 오랜만에 본 것 같습니다. 

 

진정령에서는 위무선(샤오잔)의 누나 '염리'가 위무선을 정신적 지주로 등장하고, 산하령에서는 '고상(주야)'이 온객행(공준)을 챙기고 온객행의 주변인들을 돕죠. 극에서 그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군자맹에서는 주변 조력자로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도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이 드뭅니다. 그저 단순한 피해자, 가해자로만 등장하는데요. 중간에 장병(송위룡)의 어머니가 나오긴 하는데, 사건 해결의 실마리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BL 드라마에 집중된 구성이라 이렇게 간다!'라고 한다면 매우 약간... 이해는 가지만, BL 감성이 쏙 빠진 편집본 상태로는 캐릭터 편중은 더욱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감독판을 봐야... 이해를 할 수 있겠어요. 어서 감독판을...

 

국수집에서-쪼그리고-앉아-마주보는-란각-장병-군자맹

 

잘생긴 두 명의 배우, 송위룡과 정백연은 부족할 게 없습니다(암요). 송위룡은 순딩 순딩한 장병의 모습을 잘 표현했고, 정백연은 깐깐하면서도 유연한 란각 그 자체였습니다. 

 

장병과 란각, 둘의 감정선의 무르익음은 볼 수 없지만, 우정은 슬쩍 느낄 수 있었던 드라마! 송위룡, 정백연 팬 분들이라면 당연히 즐겁게 볼 수 있고요. 수사추리극을 좋아하는 분들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화에 '장구'가 나왔다고 하던데(한국판에서만 삭제되서 방영됐다고 합니다.) 이것들아! 동북공정 제발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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