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연희공략, 고구마 없는 궁중암투극(오근언, 섭원)

MulStu. 2023. 4. 11.

오근언, 섭원, 진람(친란), 허개(쉬카이) 출연의 '연희공략:건륭황제의 연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연희공략-포스터

 

연희공략은 청나라를 배경으로 합니다. '변발'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미루고 미뤄왔던 드라마였는데... 고구마 구간이 적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연희공략'은 2018년 iQiyi(아이치이)에서 방영된 70부작의 드라마입니다. 방영당시 중국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었는데요. 홍콩, 대만에서도 대박이 났었습니다. 단연, 2018년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영락-캐릭터-포스터황후-캐릭터-포스터
(좌) 위영락, (우) 황후

 

 

연희공략, 고구마 없는 궁중암투극

 

'연희공략'은 궁중 암투 이야기를 다룹니다.

 

보통 중국드라마 궁중 암투물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잔인하고 치졸하기까지 합니다. 거기다 고구마 구간이 길어서 하나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습니다.

 

궁중암투극은 인간의 밑바닥 끝까지 보게 되는 막장 소재들이 대부분인지라 다소 피곤하지만, 막장답게(?) 스토리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연희공략'은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고구마 구간이 짧지만 몰입도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연희공략'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보통 2~3회 안에 해결됩니다. 주인공의 똘똘함과 그에 따른 계략이 빛을 발하죠. 다른 궁중암투극 대비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궁중암투 드라마입니다. 

 

 

연희공략은 위영락(오근언)이 언니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자금성으로 들어간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위영락은 자금성에서 옷이나 소품들을 만드는 공방 궁녀에서 시작해 황귀비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데요. 그 과정들을 70회의 분량 안에서 풀어갑니다. 언니처럼 챙겨주는 황후,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궁녀 등 조력자들을 만나고 사랑도 찾아갑니다. 

 

 

위영락의 두 남자

 

위영락(오근언)은 궁에서 두 명의 남자를 만나는데요. 한 명은 황후의 동생이자 궁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부찰(허개), 다른 한 명은 황제(섭원)입니다. 시청자들은 부찰(허개)과 연결되길 바라지만, 결국 위영락은 황귀비가 되어 황제의 여인이 됩니다. 

 

부찰(허개)-캐릭터-포스터건륭황제(섭원)-캐릭터-포스터
(좌) 부찰 부항, (우) 건륭황제

 

 

 

희생의 아이콘, 부찰(허개)

 

부찰은 허개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변발해도 잘생긴 외모는 어디 가지 않더라고요. (연기력은 조금 부족해도) 변발의 벽을 넘기는데 허개가 큰 역할(?)을 합니다. 변발로 볼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 허개(쉬카이) 믿고 출발하세요.

 

 

부찰과 위영락은 그 흔한 꽁냥꽁냥도 거의 없습니다. 위영락은 처음에 부찰이 자신의 언니를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부찰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물론, 부찰이 쉽게 넘어가진 않죠. 오해가 풀리자 부찰과 위영락은 서로에게 천천히 빠져듭니다.

 

부찰과-위영락-대화-중

 

부찰은 위영락과 결혼하려 노력하지만 위영락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를 살리기 위해 황제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합니다. 결혼한 이후에도 위영락을 뒤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데, 그 덕분에 위영락은 위기에서 여러 번 벗어납니다. 부찰의 인생은 위영락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헌신하고 희생합니다. 마지막까지요(따흑). 

 

 

애증에서 사랑으로, 건륭황제(섭원)

 

섭원이 건륭황제 역을 맡았습니다. 너무 잘 어울렸죠. 궁중암투인만큼 비들의 싸움이 주로 나오는 드라마에서 선 굵은 연기로 중심을 잘 잡습니다. 

 

건륭황제는 위영락을 보자마자 너무 싫어합니다. 그녀를 계략만 가득한 욕심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황후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 아이가 싫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감정이 계속되다가 결국 위영락에게 빠지고 맙니다.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애증의 감정이었다가 '(사랑) 애'로 발전한 케이스죠.

 

위영락-달래는-건륭황제

 

오죽하면 위영락(오근언)과 결혼하겠다고 하는 부찰(허개)을 강하게 반대함은 물론 위영락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황후가 '위영락을 마음에 두기 때문에 부찰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라고 한 이후부터 자신의 감정을 신경 쓰기 시작할 정도입니다.

 

위영락과 함께하는 최종 승자(?)는 결국 황제가 됩니다. (역시 권력이 최고인 건가 싶고...)

 

황귀비가-된-위영락(오근언)

 

 

'위영락=오근언' 그 자체

 

궁녀임에도 자신을 낮추지 않고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면서 꾀를 쓰는 위영락의 모습이 인상 깊은데요. 위영락 역을 맡은  오근언의 초반 연기는 좀 어색합니다. 대사칠 때 입모양이 오버스럽고, 표정이 너무 딱딱하거든요.

 

수놓는-위영락(오근언)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오근언 말고 위영락을 과연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오근언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는 것도 한몫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배우 스스로의 해석이 훌륭했고 그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졌던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놀랍게도) 오근언은 중국에서 연기 못하는 배우를 꼽을 때 항상 순위에 들어가는 배우입니다. 중국어를 자막으로 봐서 몰랐었는데, 중국 현지에서는 그의 연기가 부자연스럽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연희공략'의 위영락처럼 본인에게 잘 맞는 이런 연기 못한다는 평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자금성-안에서-서있는-위영락(오근언)

 

 

중국 관종, 우정 제작

 

'연희공략'을 다 보고 나니, 그 유명한 관종인 '우정'이 만들었더라고요. '우정'은 한복과 갓에 대한 막말을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 한국 드라마를 (밥 먹듯이) 표절하기도 했던 바로 그 작자입니다.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중국 드라마 표절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우정의 행보를 보면 방송계에서 매장당해야 마땅하지만, 딱히 그렇지 않더라고요. 중국 내에서는 아직 건재하고 여전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걸 보면 '막장 스토리에 표절을 했더라도 시청률만 확보하면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그래도 '연희공략은' 그간 우정 제작 드라마보다 고증이 잘된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소품이나 의상을 보면 디테일에 신경 쓴 느낌을 받는데요. 장식이나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후궁들 방마다 컬러나 소품의 디자인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거 하나는 칭찬할만하네요...)

 

건륭황제-황후-나란히-앉아있는-모습

 

 

매력적인 조연들

 

'연희공략'은 오근언, 섭원, 위영락 외에도 매력적인 배우들이 나옵니다. 특히, 황후와 고귀비의 아름다움이 잊히질 않는데요. 황후 역을 맡았던 진람(친란)은 화면에 잡힐 때마다 황후다운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서, 보는 내내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품있는-황후-모습-연희공략
위영락을-꾸짖는-황후(아름다운-모습)
황후(진람) 이미지

 

악역으로 인상 깊은 캐릭터들도 대거 등장합니다. 황후를 함께 모셨지만 부찰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위영락을 위기로 몰고 간 이청, 가스라이팅의 최고를 보여줬던 (위영락이 가장 어렵게 퇴치(?)한) 순비, 그리고 위영락의 조력자였다가 적으로 돌변한 미친 사이코 원춘망까지.

 

악역들도 명확한 캐릭터성을 보여주면서 시나리오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연희공략-이미지-원춘망에게-기댄-위영락
원춘망

 

주조연 배우들의 몰입도 넘치는 연기력과 고구마 없는 시나리오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연희공략'. 어마무시한 70화 분량의 드라마가 후딱 지나갈 정도로 몰입도 높은 궁중암투극입니다.

댓글